여유

술 이야기(酒道)

이유랑 2013. 6. 23. 12:13

"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고 주객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

  멀고 먼 옛날 天地의 始初에는 음식과 藥만 있었고 술은 아직 없었다.

 술은 神들의 세계에서만 사용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의 세계에는 實質은 있었으나, 文化가 없었고 생활은 野하며 단조로웠다.

 후에 聖人이 나서 인간생활을 널리 살펴보고 먹고 사는 일이 뭇 짐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여 이를 가엾게 여겨 술을 만들어 내놓았고 그 마시는 法을 일일이 정하였다.

 대저 聖人이 술을 마시는 法을 만들때 天地自然의 法則에 준거하여 만든 까닭에 君子가 

 이 法道에 따라술을 마심으로써 德을 크게 성취할 수 있다.

 혹자(或者)는 말하기를 "술은 인간에 이롭지 않다. 정신을 흐리게 하고 몸을 상하게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술을 마심으로써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은 그 속에 맑음이 있는 것이고, 몸이 피곤해지는 것은

 그 속에 굳건함이 있는 것이다.

 

● 술에는 대체로 세 가지 큰 덕(德)이 있다.

  그 하나는 '일으키는 것'이고,

  둘은 '새롭게 하는 것'이고,

  셋은 '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君子가 널리 학문을 깨쳤어도 酒道를 통하여서만 문화와 큰 德을 비로소 완성할 수

  있다.

  술의 자유 자재함과 그 格式은 聖人의 道德이 넓음과 엄격함에 비교될 수 있다.

  예로부터 많은 사람이 천지의 本質을 체득하였어도 그것의 활용이치를 깨우치지 못하는 것은 술의

  道理를 얻지 못한 까닭이다.

  君子의 학문이 뿌리를 얻는 것이라면 酒道는 가지를 얻는 것이 된다.

  뿌리만 있고 가지가 없다면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모든 聖人이 술을 즐겨 하였으며, 술에서 천지의 大用을 살펴볼 수 있었다.

  孔子도 말하기를 " 술 마시고 취하지 않았을 때와 같이 행동하기 어렵다." 하였으며,

  시경(詩經)에도 술 마시는 法道) 얘기하였다.

  술 마시는 일은 지극히 어려우나 차차 익혀나가면 마침내 성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릇, 주법의 광대함은 一言으로 다 말할 수 없으나 대체로 취한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을 으뜸

  으로삼고 그 法道를 다음으로 여긴다.

  취한 마음에서 도인의 정을 알 수 있으며, 그 法道에서 君子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學人이 처음 주법을 배울 때는 반드시 그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경계하고 오만한 마음을

  갖지 말아야 한다.

  술을 마심에 있어 처음부터 선한 마음을 갖지 않으면 온갖 魔心이 일어난다.

  그렇게 되면 술에서 마음을 傷하게 되고 큰 德을 잃게 되는 것이다.

 

●속인(俗人)의 마음에 일어나는 취마(醉魔)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 째는 '화나는 것'이요,

  둘 째는 '슬퍼지는 것'이요,

  셋 째는 '생각에 조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술의 유래

  주(酒)의 옛 글자는 유(酉)이다.

  酉는 밑이 뾰족한 항아리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로 침전물을 모으기 쉽도록 밑이 뾰족한 항아리  

  속에서 술을 발효시켰던 데에 유래하였다.

  술의 본래 말은 수블. 수불이며 이것이 수울. 수을. 술로 변한 것인데 수블의 의미에 대해서 두 

  가지 설이 있다.

  - 첫째, 전통 주 연구자들이 가장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술의 발효현상을 나타내는 말이

    라는 주장이다.

    즉, 술의 발효가 진행되는 중에는 열을 가하지 않더라도 부글부글 물이 끓어오르며 거품이 괴는

    화학변화가 일어나는데, 옛사람들은 이를 신기하게 여겨 물에 난데없이 불이 붙는다는 뜻의 水불

    이라 했다는 것이다.

  - 한편, 술의 어원적 의미를 물로 보는 경우로 술을 뜻하는 말로는 수블과 술이 모두 사용되었는데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물이라는 술의 속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특히 전통 주 연구자들이 수블의 블을 불(火)로 해석한 데 반해, 국문학자들은 바다(海), 붓다

    (注), 비(雨)의 어원인 밧, 붓(붇), 비(빋)과 마찬가지로 그 어원적 의미는 물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옛 군자의 주도(君子의 酒道)

  술은 남편에 비유되고 술잔은 부인에 해당 되므로 술잔은 남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번 잔을 돌리는 것은 소중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뜻이 있으므로

  비난할 수는 없다.

  단지 그 일을 자주 한다는 것은 情이 過하여 陰節이 搖動(요동)하는 것이라. 君子는 이를 삼가야

  한다.

  술을 마실 때에는 남의 빈잔을 먼저 채우는 것이 仁이고, 내가 먼저 잔을 받고 상대에게 따른 후에

  병을 상에 놓기 전에 바로 잡아서 상대에게 따르는 것은 仁을 행함이 민첩한 것으로 지극히 아름

  다운것이다.

 

●명주진지(明周進遲)

  술잔을 한번에 비우는 것을 明이라 하고, 두 번에 비우는 것은 周, 세 번에 비우는 것은 進이라

  하며, 세 번 이후는 遲(지)라 하고, 아홉 번이 지나도 잔을 비우지 못하면 술을 마신다고 하지

  않는다.

 

★술을 마심에 있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하나, 몸이 건강하지 않은 즉 술의 독을 이기기 어렵다.

  둘, 기분이 평정하지 않은 즉 술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셋, 시끄러운 곳, 바람이 심한 곳, 좌석이 불안한 곳, 햇빛이 직접 닿는 곳, 변화가 많은 곳,

      이런 곳에서는 많이 마실 수 없다.

  넷, 새벽에는 만물이 일어나는 때다 이때 많이 마신 술은 잘 깨지 않는다.

 

 

●주색우학(酒色友學)

  천하에 인간이 하는 일이 많건만 술 마시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 다음은 여색을 접하는 일이요.

  그 다음은 벗을 사귀는 일이요.

  그 다음은 학문하는 일이다.

  酒, 色, 友, 學(주,색,우,학) 이 네 가지는 君子가 힘써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말 안 할 사람과 말을 하는 것은 말을 잃어버리는 일이요.

  말 할 사람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는 것이다.

  술 또한 이와 같다.

  술을 권하지 않을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술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술을 권할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술을 권함에 있어 먼저 그 사람됨을 살피는 것이다.

 

  술에 취해 평상심을 잃는 자는 신용(信用)이 없는 자이며

  우는 자는 仁이 없는 자이며

  화내는 자는 의(義)롭지 않는 자이며

  騷亂(소란)한 자는 예의(禮義)가 없는 자이며

  따지는 자는 지혜(智慧)가 없는 자이다.

 

●술과 관련한 여섯 가지의 심득률(心得律)

  첫째, 기뻐서 마실 때는 절제가 있어야 한다.

  둘째, 피로해서 마실 때는 조용하여야 한다.

  셋째, 점잖은 자리에서 마실 때에는 소세한 풍조가 있어야 한다.

  넷째, 난잡한 자리에 마실 때에는 금약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새로 만난 사람과 마실 때에는 한아(閒雅)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한(閒)은 한가함이 아니라, 정숙함을 뜻한다.

  여섯째, 잡객들과 마실 때에는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음주에는 무릇 18의 계단이 있다.

  1.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 혼자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마시는 사람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8. 반주(飯酒) :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眞景)을 배우는 사람 [酒卒(주졸)]

 10. 애주(愛酒) :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酒徒(주도)]

 11. 기주(嗜酒)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酒客(주객)]

 12.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酒豪(주호)]

 13. 폭주(暴酒) : 주도(酒道)를 수련(修鍊)하는 사람 [酒狂(주광)]

 14. 장주(長酒) :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 [酒仙(주선]

 15.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酒賢(주현)]

 16. 樂酒(낙주)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 (주성)]

 17. 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주종)]

 18. 폐주(廢酒) : 열반주(涅槃酒) 술로 말미 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부주, 외주, 민주, 은주는 술의 진경,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眞諦(진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反 주당들이다.

 애주, 기주, 탐주, 폭주는 술의 진미, 진경을 오달한 사람이요. 장주, 석주, 낙주, 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 任運目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 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은 확고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 금이 들 것이요,

 수행연한이 또한 기십 년이 필요한 것이다.

 

●술 취하는 과정

  첫째, 긴장된 입이 풀리는 해구(解口),

  둘째, 곰보도 예뻐 보이는 해색(解色),

  셋째, 억눌려 있던 분통이나 원한이 풀리는 해원(解怨),

  넷째, 인사불성이 되는 해망(解妄)

 

●현대 술 급수

  9급-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8급- 소주 반잔 맥주 한잔

  7급- 필름이 끊긴다

  6급- 소주 한잔 원샷

  5급- 술 마시고 외박 통산 20일을 넘겼다

  4급- 혼자서 소주 한 병 이상

  3급- 앉은 자리에서 소주 3병과 맥주 2000CC 이상을 꿀꺽

  2급- 소주를 냉면그릇, 코펠 하나에 부어 원샷

  1급- 30일 이상 연속 소주 한 병씩 들이킨다.

 

●술과 詩의 風情(권 필)

  逢人覓酒酒難致(봉인멱주주난치) 對酒懷人人不來(대주회인인불래)

  百年身事每如此(백년신사매여차) 大笑獨傾三四杯(대소독경삼사배)

  님 만나서 술 찾으면 술이 없고 술 있어 님 그리면 님은 오지 않네

  백 년간 내 일이 늘 이렇도다 홀로 웃고 서너 잔 주욱 들이키노라.

 

●술 노래(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아일랜드1865~1939)

  술은 입으로 흘러 들고 / 사랑은 눈으로 든다 /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이것뿐 / 나는 술잔을 입에 대고 / 그대를 바라보며 한숨 짓노라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I sigh.

 

 

●장진주사(송강 정철)

  한 잔(盞) 먹새그려 또 한잔 먹새그려.

  곶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새그려.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우러네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白楊)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달 엇더리.

  술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나무 가지 꺾어서 잔 수를 헤아리며 끝없이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으로 덮어서 졸라매고 가든

  아름답게 꾸민 상여 뒤를 많은 사람들이 울며 뒤따르든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숲[무덤을 말함]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 굵은 눈, 소슬바람 불 때. 누가 한잔 먹자 할까?

  하물며 원숭이가 무덤 위에서 휘파람 불 때,

  뉘우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月下獨酌 월하독작 1 (달 아래 혼잣술……이백)

  天 若不愛酒: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酒星不在天:"주성"이 어찌 하늘에 있으리오

  地若不愛酒: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地應不在酒: 땅을 당연히 술을 두지 않았으리라

  天地旣愛酒: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거늘

  愛酒不愧 天: 술을 사랑하는 것이 어찌 하늘에 부끄러울까

  己聞淸比聖: 내가 들으니 청주는 성인에 비겼고, 탁주는 현인에 비겼도다.

  後道濁如覽: 현과 성을 이미 마셨으니, 하필 신선을 다시 구하리오.

  三杯通大道: 석 잔의 술은 큰 도를 통하고

  一斗合自然: 한 말의 술은 자연과 하나가 되나니

  但得酒中趣: 다만 나는 취중의 그 흥취를 즐길 뿐

  勿爲醒者傳: 술 못 마시는 속물들을 위해 아예 그 참 맛을 알려줄 생각이 없노라.

  하늘이 만일 술을 즐기지 않았다면 어찌 하늘에 술 별이 있으며

  땅이 또한 술을 즐기지 않으면 어찌 술 샘이 있으리요

  天地가 하양 즐기었거늘 술을 좋아함을 어찌 부끄러워하리

  맑은 술은 聖人에 비하고 흐린 술은 또한 賢人에 비하였으니

  성현도 이미 마셨던 것을 헛되이 신선을 구하는가

  석잔 술은 大道에 통하고 한말 술은 自然에 합하거니

  모두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 깨인 사람에게 이르지 말라

 

★月下獨酌 월하독작 2 달 아래 혼잣술

  花間一壺 酒 화간일호 주 꽃 사이 놓인 한 동이 술을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시네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를 대하니 셋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달은 전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그림자는 부질없이 흉내만 내는구나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한동안 달과 그림자 벗해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행락은 모름지기 봄에 맞추었다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니 달은 거닐고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 어지러워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깨어서는 모두 같이 즐기고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취한 뒤에는 제각기 흩어진다

  影結無情遊 영결무정유 길이 무정한 놀음 저들과 맺어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길

 

★장진주(將進酒) (술을 드리며…… 李 白; 701~762)

  君不見 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廻 분류도해불부회 바삐 흘러 바다로 가 다시 못 옴을

  又不見 우불견 또한, 보지 못하였는가

  高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비백발 고당명경에 비친 백발의 슬픔

  朝如靑絲暮如雪 조여청사모여설 아침에 검던 머리 저녁에 희었다네

  人生得意須盡환 인생득의수진환 기쁨이 있으면 마음껏 즐겨야지

  莫使金樽空對月 막사금준공대월 금잔에 공연히 달빛만 채우려나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준 재능은 쓰여질 날 있을 테고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환부래 재물은 다 써져도 다시 돌아올 것을

  烹羊宰牛且爲樂 팽양재우차위락 양은 삶고 소는 저며 즐겁게 놀아보세

  會須一飮三百杯 회수일음삼백배 술을 마시려면 삼백 잔은 마셔야지

  岑夫子,丹丘生 잠부자,단구생 잠부자, 그리고 단구생이여

  將進酒,君莫停 장진주,군막정 술을 마시게, 잔을 쉬지 마시게

  與君歌一曲 여군가일곡 그대들 위해 노래 한 곡하리니

  請君爲我側耳聽 청군위아측이청 모쪼록 내 노래를 들어주시게

  鍾鼎玉帛不足貴 종정옥백부족귀 보배니 부귀가 무어 귀한가

  但願長醉不願醒 단원장취불원성 그저 마냥 취해 깨고 싶지 않을 뿐

  古來賢達皆寂莫 고래현달개적막 옛부터 현자 달인이 모두 적막하였거니

  惟有飮者留其名 유유음자유기명 다만, 마시는 자 이름을 남기리라.

  陳王昔日宴平樂 진왕석일연평락 진왕은 평락전에 연회를 베풀고,

  斗酒十千恣歡謔 두주십천자환학 한 말 술 만금에 사 호탕하게 즐겼노라

  主人何爲言少錢 주인하위언소전 주인인 내가 어찌 돈이 적다 말하겠나

  且須沽酒對君酌 차수고주대군작 당장 술을 사와 그대들께 권하리라

  五花馬,千金구 오화마,천금구 귀한 오색 말과 천금의 모피 옷을

  呼兒將出換美酒 호아장출환미주 아이 시켜 좋은 술과 바꾸어오게 하여

  與爾同銷萬古愁 여이동소만고수 그대들과 더불어 만고 시름 녹이리라.

 

★정현종, 「낮술」

  하루여, 그대 시간의 작은 그릇이 아무리 일들로 가득 차 덜그럭거린다 해도 신성한 시간이여,

  그대는 거룩하다.  우리는 그대의 빈 그릇을 무엇으로든 채워야 하느니,

  우리가 죽음으로 그대를 배부르게 할 때까지 죽음이 혹은 그대를 더 배고프게 할 때까지

  신성한 시간이여 간지럽고 육중한 그대의 손길.

  나는 오늘 낮의 고비를 넘어가다가 낮술 마신 그 이쁜 녀석을 보았다

  거울인 내 얼굴에 비친 그대 시간의 얼굴

  시간이여,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그대,

  낮의 꼭대기에 올라가 붉고 뜨겁게 취해서 나부끼는 그대의 얼굴은 오오 내 가슴을 메어지게 했고

  내 골수의 모든 마디들을 시큰하게 했다

  낮술로 붉어진 아, 새로 칠한 뼁끼처럼 빛나는 얼굴,

  밤에는 깊은 꿈을 꾸고

  낮에는 빨리 취하는 낮술을 마시리라

  그대,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시간이여.

 

★천상병, 「주막(酒幕)에서」

  골목에서 골목으로 거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莊嚴하다.

  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 밤은 깊어가는데

  할머니 등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맥주가 여자보다 좋은 이유

  1. 다른 맥주와 집에 들어가도 맥주는 화를 내지 않는다.

  2. 하룻밤에 한 병 이상의 맥주를 마셔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3. 맥주를 마신 후에도 맥주병은 여전히 5센트의 가치가 있다.

  4. 축구를 하는 동안 맥주는 항상 차 안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5. 맥주는 친구들과 나눠 마실 수 있다.

  6. 마신 후 바로 잠들어도 맥주는 신경 쓰지 않는다.

  7. 맥주 라벨은 싸우지 않고도 벗길 수 있다.

  8. 맥주는 아침에 보아도 똑같이 보인다

 

●맥주 잔에 파리가 빠졌다 1

  영국인 - 상 아래로 쏟아버리고 다시 주문한다

  프랑스인 - 웨이터를 불러 주먹을 흔들며 다시 가져오라고 호통친다

  독일인 - 새끼 손가락으로 건져내고 마신다

  러시아인 - 눈살을 찌푸리지만 파리채 마셔버린다

  중국인 - 파리를 건져 몸에 묻은 것을 빨아먹은 뒤 남은 맥주를 마신다

 

●맥주 잔에 파리가 빠졌다 2

  영국인 - 아무 말 않고 나가버린다

  미국인 - 사진을 찍은 뒤 주인을 고소한다

  스위스인 - 재빨리 파리를 건져 살려낼 방법을 모색한다

  멕시코인 - 파리가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후후 불며 마신다

  중국인 - 아까우니까 파리까지 그냥 마신다

  한국인 - 손해배상을 기대하며 술집을 뒤집어 엎는다

  일본인 -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기 술을 중국인에게 할인해서 판다

  주인 - 손님들두 참. 그 조그만 파리가 마시면 얼마나 마시겠습니까